현재 대한민국은 화장과 다이어트에 관한 온갖 정보들로 넘쳐나는 뷰티(Beauty)의 홍수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를 틀면 <겟잇뷰티>, <화장대를 부탁해> 등 뷰티 관련 프로그램들이 각 채널을 차지하고 있고, 핸드폰을 켜면 유투브(Youtube)와 SNS에서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1인 미디어 뷰티 컨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는 일반인마저도 ‘뷰티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K-Beauty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얼굴뿐 아니라 아름다운 몸매 만들기 열풍 역시 한국사회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키워드로 자리한다. <다이어트 워>, <더 바디쇼> 등 공중파와 케이블의 구분 없이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리얼리티 방송이 매년 방영되고 있다. 심지어는 다이어트와 성형을 통해 메이크-오버(Make-over)를 해주는 <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매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새로운 외모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외모도’ 스펙이 되는, 정확히 말해 ‘외모가’ 가장 중요한 스펙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다이어트와 화장, 성형 등 외모 관리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외모 가꾸기는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미적 욕망의 차원으로 그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외모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스펙이 되며, 외모 가꾸기는 자기투자 혹은 자기관리로 이해되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은 특히 여성들에게 유효하다. 앞서 나열한 TV 프로그램들의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며, 뷰티 산업의 주체이자 타겟(target) 역시 여성이다. 물론 남성들도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 하지만 사회로부터 여성이 요구받는, 그리고 체감하는 미적 기준의 정도는 남성이 느끼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돈, 학벌, 사회적 지위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남성들에 반해 아직까지 여성들은 그보다는 외모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곤 한다. ‘수능 성형’, ‘취업 성형’이라는 말이 증명하듯 수많은 여성들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필사적으로 가꾸려 노력한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있자니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여자는 살아남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놓은 미적 기준에 맞춰 자신을 가꿔야만 하는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여기, 이와 같은 질문들과 함께 ‘여성’과 ‘여성의 몸’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창작 집단이 있다. ‘사막별의 오로라’가 그것이다. 지난 3월 <Make up to Wake up>을 통해 여성들의 외모강박과 몸에 대해 탐구한 바 있는 이들이 약 반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Make up to Wake up 2>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아름다움을 규격화하는 틀과 몸에 집중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무대에 그리고자 한단다. 과연 <Make up to Wake up 2>는 현대 한국사회 속 여성들의 삶의 모습 중 어느 단면을 포착하여 전작과 어떤 차별화된 지점을 선보일 것인가.

생존을 위협받는 그녀들

여자들이 자꾸 실종된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그녀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트렌드와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하이드 비하인드(Hide Behind) 실종사건’이라 명명한다. 하이드 비하인드는 위스콘신과 미네소타 주에 사는 나무꾼들 사이에서 전해 온 괴물의 이름이다. 그 괴물은 자신의 존재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나무나 사람 뒤에 숨어 있어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 숲속에서 많은 벌목꾼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하이드 비하인드의 범행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2017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자신을 가꾸거나 꾸미지 않는 여자들이 계속해서 사라지자 네티즌들은 하인드 비하인드가 재림했다고 여기며, 이 사건을 ‘하이드 비하인드 실종사건’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인드 비하인드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휩싸자 수많은 여성들이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외출하기 전 그녀(배우 황은후, 김정)들은 이리 저리 옷을 고르며 계속해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조금 더 예뻐 보이고, 날씬해 보이는 옷을 찾아 옷장의 수많은 옷들을 뒤적인다. 그녀들이 옷을 입고 벗으며 한참 옷맵시를 다듬는 동안 무대에 또 다른 그녀들의 음성이 덧입혀진다. “옷 입을 때 뱃살, 허리 살 때문에 신경 쓰인다”, “요가를 하러 갔는데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아 창피했다”는 등 일상생활에서 준비되지 않은 외모 상태 때문에 겪었던 굴욕적인 사연들이 무대를 채운다. 이는 무대 위에서 옷 고르는 데 여념이 없는 그녀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그녀들의 일상을 무대에 그려 놓는다.

오랜 시간 끝에 최종 선택한 옷과 가방을 메고, 그녀들이 밖으로 나온다. 연예인들의 화보로 그득한 거리 위에서 그녀들은 한껏 아련한 척, 때로는 당당한 척을 하며 이 시대의 차가운 도시 여자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은 마치 그녀들을 의식하기라도 한 양 ‘긴머리 긴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등 아름다운 그녀들을 부르짖는 수많은 남성들의 세레나레들로 가득 차 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풍경, 그런데 한 가지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하이드 비하인드가 등장한 후, 여성들이 서로를 향해 조심하라며 외모상태를 점검해주는 것이다. “일자 눈썹은 이제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다”, “스타킹 올이 나갔다”, “그 옷 살쪄 보인다” 등 하인드 비하인드의 대상이 될 만한 요소들을 하나씩 지적하며 그녀들이 서로의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한껏 멋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외모를 지적하며 조심하라는 당부를 계속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그녀들이 서로에게 하는 외모 지적들은 실제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서로를 향해 하는 말들이다. 이는 서로를 경계하거나 질투해서가 아니다. 스스로를 꾸미고 단장하면서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에 익숙해진 여성들은 늘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살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른 여성에게도 같은 기준으로 그녀들의 상태를 점검해주는 것이다. 혹시나 그녀들이 자신의 미흡한 외적상태를 미처 알지 못하고 있을 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이다. 연극의 주요한 상징으로 자리하는 하인드 비하인드는 연극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명확한 실체는 없지만 수많은 여성들의 의식 속에서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을 들이대며,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외모를 검열하고 감시하게 만드는 구조인 하인드 비하인드는 연극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닌 현존하는 실재다.

실체 없는 괴물, 하이드 비하인드(Hide Behind)

그렇다면 실체 없는 괴물, 하이드 비하인드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대부분 교환가치로 환원된다. 여성의 얼굴과 몸매는 기계적인 잣대 혹은 수치로 점수 매겨지는 심사대상이 된다. 취업, 연애, 결혼 등 사회 곳곳에서 선택받는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 그 가운데 여성들은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미적 기준에 충족하고자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가꾼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대상화된 육체로 존재한다. 여성은 늘 보여지는 객체 혹은 타자로, 남성은 여성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주체로 자리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은 여성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 즉 여성을 유희하는 남성과 사회로부터 결정된다. 그 결과 여성은 욕망을 경험하는 주체가 아닌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여성들은 그녀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는 이미 남성과 사회가 주입한대로 그것을 내면화하여 자신의 의지인 양 자신의 몸을 사회적 미적 기준에 끼워 맞춘다. 하이드 비하인드는 남성과 남성권력으로 치환되는 한국사회가 바라는 어리고 예쁜 여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재단하고 점검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자기검열을 상징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여성 스스로 내면화한 공포와 압박이 만들어낸 괴물인 것이다.

정상체중과 미용체중

하이드 비하인드의 공포가 커지자 여성들은 이에 맞서 외모를 가꾸고 아름다워질 필요가 있다며 새뷰티운동을 전개한다. 그녀들은 “New Beauty, New Balance, New Born”을 재창하며 뷰티를 알고 난 후 자신의 인생이 새로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정상체중에 속지 말고, 10kg 더 빼서 미용체중을 만들자는 그녀들. 2~3시간 공들여 한 화장에, 여리여리한 몸매, 민소매와 긴치마를 입고, 생머리를 휘날리는 자신이 매력적인 여자로 느껴졌다는 그녀들. 그녀들은 자신의 다이어트 비법과 화장법을 공유하며 더 많은 여성들을 뷰티의 세계로 인도하려 한다. 그러나 아름다워지기 위해 행하는 그녀들의 노력은 그 수준이 비정상적인 수위로까지 선을 넘고 만다. 붓기를 빼기 위해 랩으로 온 몸을 꽁꽁 싸매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혈 자리를 자극하기 위해 채찍으로 온 몸을 난도질을 하거나, 날카로운 주사 바늘로 온 몸을 찌르기도 한다. 그렇게 아픔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름다워지고 싶던 그녀들은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다. 도대체 아름다움이 무엇이기에 그녀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본능이며 당연한 욕망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추려는 것이 문제다. 정상체중이 아닌 미용체중은 ‘비정상체중’이다. 나에게 맞는, 내 몸에 적합한 정상적인 기준이 아닌 비정상적인 기준이 ‘미용체중’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수많은 그녀들을 옭죄고 있다.

무대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이내 다시 조명이 밝혀지자, 좀 전의 그녀들이 검은 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를 활보한다. 더 이상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지 않은 그녀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무대를 거닐던 그녀들의 주위에 사각형의 조명이 생긴다. 조명 안에 갇힌 그녀들은 조명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두려움에 고민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조명 밖 어두운 곳으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내딛는다. 자신을 가두던 조명으로부터 벗어나면 큰일이 생길 것 같았지만 막상 나오고 나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향해 집중되어 있던 조명으로부터 벗어나 어둡지만 더욱 넓은 공간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을 옭아매던 규범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그녀들은 어둡지만 더욱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춤을 춘다. 이토록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니. 그녀들의 자유로운 몸짓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달라진 그녀들, 사막별의 오로라

사막별의 오로라는 지난 3월에 공연한 <Make up to Wake up>을 통해 ‘여자’, ‘여배우’라고 불리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덧입혀진 배역을 벗고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자본주의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각종 기준과 시선들을 가시화하고, 그 안에서 속박 받는 여성의 몸을 형상화하며, 사회가 만든 ‘여성성’의 틀을 깨고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찾고자 하는 여성의 자유의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여자’와 ‘여배우’라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른 정체성의 대상을 혼재하여 무대에 그리다보니 하나의 뚜렷한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명확한 주제의식을 담지 못하고 내용, 형식적 측면에서 모두 일관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아쉬움을 남겼던 전작을 뒤로하고, 약 반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돌아온 그녀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여배우’의 탈을 벗고 ‘여성’으로 돌아온 그녀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규격화된 틀과 이에 순응하며 자기검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몸’이라는 확실해진 주제의식을 무대에 담아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해당 이슈에 관한 생각할 만한 여러 지점들을 무대 곳곳에 유쾌한 방식으로 채워 넣었다. 전작에서 이리저리 파편화 되어있던 서사는 하이드 비하인드라는 주요한 축을 통해 쫀쫀하게 구성됐고, 전작에서 ‘여자’인지 ‘여배우’인지, 혹은 그들 자신의 모습으로 서있는지 그 정체성이 모호했던 배우 황은후와 김정은 <Make up to Wake up 2>에서 그들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뿐 아니라 그들의 몸을 통해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며, 나아가 이 사회의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몸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사막별의 오로라가 여성창작자 집단으로서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집단의 관심사인 여성과 몸에 대하여 지속적인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커튼콜 때 배우들의 얼굴에 띤 벅찬 미소를 잊을 수 없다. <Make up to Wake up>과 <Make up to Wake up 2>를 모두 본 관객으로서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 제공 – 컬러이미지(영상 캡쳐): 영상 강수연 / 흑백이미지: 사진 이상홍)